
우리 딸이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대화가 확 줄어들었어요. 예전엔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재잘재잘 이야기해주던 아이가 "별일 없었어", "그냥"이라는 대답만 하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다시 예전처럼 소통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우연히 '엄마도 일기'라는 걸 알게 됐어요. 처음엔 "일기를 같이 쓴다고?" 하면서 반신반의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정말 효과가 있더라고요. 아이가 말로는 안 하던 이야기들을 일기에는 솔직하게 적어주는 거예요. 저도 제 일상이나 고민들을 적어서 보여주니까 아이가 "엄마도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하면서 신기해했어요. 지금은 우리만의 소중한 소통 방법이 되었는데,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께 도움이 될까 싶어서 경험담을 나누려고 해요.
말문이 막힌 사춘기, 어떻게 대화할까요?
저희 딸이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만 해도 정말 수다쟁이였어요. 학교에서 돌아오면 가방도 안 내려놓고 "엄마, 오늘 말이야..."하면서 하루 종일 있었던 일들을 다 이야기해줬거든요. 그런데 중학교에 올라가면서부터 확 달라졌어요. "오늘 어땠어?" 하면 "그냥", "학교에서 뭐 했어?" 하면 "별로" 이런 식으로만 대답하는 거예요. 처음엔 '사춘기라서 그러겠지' 하고 넘어갔는데,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되더라고요. 친구들한테 물어보니 다들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우리 애도 그래, 방문만 닫고 있어" 이런 말들을 들으니까 '아,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답답했어요. 그러던 중에 인터넷에서 우연히 '엄마도 일기'라는 걸 보게 됐어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일기를 쓰면서 소통한다는 건데, 처음엔 "이게 될까?" 싶었어요. 요즘 애들이 손으로 뭘 쓰나 싶기도 하고, 일기를 같이 쓴다는 게 좀 어색하기도 하고... 그래도 뭔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용기를 내서 딸한테 제안해봤어요. 다행히 딸도 "한 번 해볼까?" 하면서 응해줘서 시작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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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어색했지만, 점점 마음을 열어가는 아이
처음 일기를 시작할 때가 가장 어색했어요. 뭘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도 감이 안 오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제가 먼저 써보기로 했어요. 첫 번째 일기에는 "딸아, 엄마도 중학생 때 친구들과 싸워서 속상했던 기억이 있어. 그때 우리 엄마한테 말 못하고 혼자 끙끙 앓았던 게 지금도 기억나네. 너도 혹시 그런 일 있으면 엄마한테 말해줘. 엄마는 너의 편이야"라고 적었어요. 그랬더니 딸이 그 다음 날 "엄마도 그런 일이 있었어?" 하면서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며칠 후에 딸이 처음으로 일기를 써줬는데, "오늘 친구가 나만 빼고 다른 애들이랑 놀았어. 속상했지만 괜찮은 척했어"라고 적혀 있는 거예요. 읽으면서 '아,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면서 마음이 아팠어요. 평소 같으면 전혀 모르고 넘어갔을 일인데 일기를 통해서 알게 된 거죠. 그래서 바로 답장을 적어줬어요. "그런 일이 있었구나. 많이 속상했을 것 같아. 그런데 너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어. 친구 관계에서 그런 일은 가끔 있을 수 있는 거야. 엄마가 어릴 때도 그런 경험 많이 했거든. 혹시 더 이야기하고 싶으면 언제든 말해줘"라고 써줬어요. 그 이후부터 조금씩 일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적기 시작했어요. 학교에서 있었던 일, 친구들과의 관계, 가끔은 저에 대한 불만(!)도 솔직하게 적어주더라고요. 물론 매일 쓰는 건 아니에요. 일주일에 2-3번 정도? 그것도 기분 내킬 때만 쓰는데, 그래도 전혀 대화가 없던 것보다는 훨씬 나아졌어요.
일기를 통해 발견한 아이의 진짜 마음
몇 달 동안 일기를 주고받으면서 정말 많은 걸 알게 됐어요. 평소에 말로는 절대 하지 않았을 이야기들을 일기에는 솔직하게 적어주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엄마가 맨날 공부하라고 하는 게 스트레스야. 나도 하고 싶은데 자꾸 재촉하면 하기 싫어져"라고 적혀 있는 걸 봤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저는 격려한다고 했던 말들이 아이한테는 잔소리로 들렸던 거죠.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공부 이야기를 덜 하려고 노력했어요. 대신 "오늘 뭐 하고 싶어?" 이런 식으로 아이의 의견을 더 많이 물어보게 됐고요. 또 한 번은 "사실 나도 엄마 걱정 많이 해. 엄마가 요즘 일 때문에 힘들어 보여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라고 적힌 걸 봤을 때는 정말 울컥했어요. 제가 힘들어하는 걸 아이가 다 알고 있었고, 나름대로 걱정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때 깨달았어요. 아이가 무관심한 게 아니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거였구나 하고요. 그래서 저도 일기에 "엄마의 걱정까지 해줘서 고마워. 엄마는 괜찮으니까 너는 네 일에만 집중해. 대신 엄마도 너무 힘들 때는 솔직히 이야기할게"라고 적어줬어요. 이런 식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가면서 관계가 많이 좋아졌어요. 예전에는 "엄마는 나를 몰라"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요즘은 그런 말을 안 해요. 그리고 가끔 일기 말고도 직접 이야기를 하려고 하더라고요. "엄마, 이거 일기에 쓰기엔 너무 길어서..." 하면서 직접 말해주는 경우도 생겼어요. 일기가 소통의 문을 열어준 셈이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조금씩 변화하는 게 중요해
지금까지 '엄마도 일기'를 해온 지 거의 6개월 정도 됐는데, 솔직히 말하면 매일 쓰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며칠씩 공백이 생기기도 해요. 딸이 시험 기간이거나 너무 피곤할 때는 아예 안 쓸 때도 있고요. 처음에는 '꾸준히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고 조급했는데, 지금은 그냥 자연스럽게 두고 있어요. 억지로 하면 오히려 부담이 될 것 같거든요. 중요한 건 일기를 통해서 아이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겼다는 거예요. 예전에는 아이가 뭘 생각하는지 정말 모르겠어서 답답했는데, 지금은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됐으니까요. 그리고 저도 변했어요. 아이한테 무턱대고 조언하려고 하기보다는 일단 들어주려고 노력하게 됐고, 제 감정도 솔직하게 표현하게 됐어요. "엄마도 오늘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었어", "엄마도 가끔은 우울할 때가 있어" 이런 식으로 말이에요. 그러니까 아이도 저를 좀 더 인간적으로 보는 것 같아요. 완벽한 엄마가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사람으로 말이에요. 만약 사춘기 자녀와의 소통 때문에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한 번 시도해보세요. 처음엔 어색하고 뭘 써야 할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자연스러워져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거예요. 완벽할 필요 없어요. 그냥 진심을 담아서 쓰면 아이들도 느끼거든요. 우리 딸도 가끔 "엄마 글 쓰는 거 진짜 별로다"라고 놀리지만, 그래도 꾸준히 읽어주고 답장도 써주는 걸 보면 나름 의미 있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예전보다 대화가 늘었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됐다는 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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